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우리를 처음 맞아준 것은 우중충한 공항과 무표정한 공항직원들이었고, 공항을 나가자마자 오염된 공기의 악취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였다. 중국최고의 산수를 자랑한다는 계림이 자본주의로 오염된 실상을 대하면서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중국의 자연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현대인의 물질적 욕망으로 훼손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계림이라는 도시는 인구 100만에 육박하는 신흥 관광도시로서 여기저기 공사를 하며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계림이라는 말은 계수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뜻으로 온 도시를 계수나무가 뒤덮고 있었는데,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산토끼] 노래가 생각났다. 가을에 꽃이 피면 온 도시가 향기로 넘친다고 한다.
그러나 계림이 유명해진 것은 이 지역의 뛰어난 산수때문인데, 석회암의 활발한 침식작용으로 3만 6천개의 오밀조밀한 산이 형성되었고 그 사이로 이강이 흘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산들은 높지 않고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한국의 산들과 같은 균형이나 웅장함이 없고 비뚤어지고 깍이면서 천태만상이었다. 문효식 목사님은 평소 중국산수화를 보면서 그 모양이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여기 와보니 그게 아니라 실제의 모습 그대로라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역시 한국의 산이 더 아름답고 좋아보였다.
이 지역은 베트남과 국경을 하고있는 중국의 변두리로서 동남아의 문화가 완연하고 기후도 아열대에 속하여 덥고 습기가 있었다. 또한 이곳은 소수민족 자치구로서 장족, 묘족, 요족 등이 많이 사는 곳이어서 전체적으로 낙후된 모습이었다. 마침 모내기를 하는 철이었는데, 산에 층층으로 조그만 논을 만들어 계단식 경작을 하고 있었으며 물소를 이용하여 논을 가는 모습이 보였다. 무시받는 소수민족들의 지역이어서 보다 순수한 모습들이 있었지만, 중국정부가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모든 것을 상품화하여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중국인들은 참 재물을 좋아한다. 집집마다 문설주에 재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글을 써서 붙여놓았다. 종교는 모두 혼합되어 기복화되었다. 불교, 도교, 힌두교 등이 혼합되어 모두 재복과 장수를 기도하고 있었다. 불상으로 가득찬 동굴을 통과한 강변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복을 받는다고 돈을 내고 쇠북을 치는데 그 뒤에 있는 바위에는 [기복]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져 있었다.
공자의 나라였지만 예의가 없었고, 재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가짜의 왕국이었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나라였다. 이 사람들에게 물질주의적인 공산주의가 반 세기를 지배하였고, 이제 또 무윤리적인 자본주의가 팽배하면서 중국의 미래가 너무 걱정스러웠다. 물론 모든 인간이 재복을 원하지만 그래도 체면이 있고 대의명분이라는 것이 있어서 외식일지라도 겉으로는 정의나 사랑을 내거는데, 중국이라는 나라와 사람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재복을 추구한다고 써붙이고 주장하면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유별나다. 정신문명이 풍요한 나라로 거론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늘의 중국은 정신문명이 빈곤한 나라였다. 불어나는 물질을 감당할만한 종교도 철학도 없는듯하였다. 내가 본 중국은 일부이며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 사실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중국선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되었다. 중국에도 외교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강태성 총무처장님은 그와 같이 빈곤한 가치관을 채워줄 책임이 바로 기독교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오로지 기독교의 복음만이 많은 물질을 감당하면서 건강한 세계제국으로 부상하도록 중국을 지도해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만을 위한 기복적 신앙이 아니라 남을 위해 살려는 마음은 그리스도를 만날 때에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내 뇌리를 채우면서 중국에서 선교하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마음속에서 그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대국이다. 중국이 하나님을 순종하는 나라가 될 때 세계복음화는 힘차게 진행될 것이다. 중국에서 예루살렘까지 책임지겠다는 중국교회 지도자들의 믿음이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인은 스케일이 크다. 계림의 복파산을 오르려니 입구에 마원장군의 기마상이 있었다. 베트남이 공격하자 중앙에서 마원장군이 내려와 화살을 쏘았는데 산을 몇개나 뚫어 구멍을 내면서 날아가 베트남에 꽃혔다는 전설을 표현하고 있었다. 베트남이 얼마나 떨어져있는데... 중국인의 허풍은 대단한데, 그것이 사실이 아닌줄 알면서도 그것을 생활화하고 믿는 것 같았다.

이강에서 산들을 배경으로 장이무 감독이 연출한 수상오페라 [인상유삼저]를 관람하였는데, 열개도 넘는 주변의 산을 모두 조명하며 8백명의 출연진이 강위에서 배를 타고 노래하는 대작의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런 중국의 저력이 자본주의에의 종속과 윤리의 실종으로 세계를 몰락하게 하지 말고 복음의 지도적 국가로서 성장하여 하나님과 사람들의 화해와 사랑을 이끄는 민족으로 거듭나고 축복받기를 기도하였다. 이를 위해 나도 무언가 일조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